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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납세증명서 안 내면 정부서 납품대금 지급 안 해도 정당"
2023.06.15

정부에 물건을 팔고 대금을 받기로 한 채권자가 납세증명서를 내지 않을 경우 정부가 '납세증명서 제출'을 조건으로 변제공탁을 해도 유효하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채권자가 납세증명서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아 대금 지급이 지연돼도 국가가 이행지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대한민국(국가)이 주식회사 A사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고 A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A사는 국가로부터 물품 대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받은 채권자로 2015년 정부에 4억원 상당의 구명조끼를 납품하기로 한 B사로부터 물품대금채권을 양도받았다. 거래 당사자인 정부도 양도를 승인했다.


법적 다툼은 정부가 양수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납세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A사는 돈을 받지 못하자 서울동부지법에 양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확정 승소했다.


정부는 2020년 2월13일 A사를 피공탁자로 해당 판결에 따른 판결금 약 2억2160만원을 변제공탁 했다. 그러면서 반대급부로 채권을 양도한 B사의 '국세·지방세·국민연금·건강보험 완납증명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면서 A사가 2017년 승소 판결에 따라 정부로부터 양수금을 강제 집행해가는 것을 불허해야 한다는 취지의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변제공탁과 동시에 정부의 채무가 사라져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정부의 변제공탁이 법령에서 규정한 요건을 갖췄고 납세증명서 제출을 요건으로 정했다고 해서 공탁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은 옛 '국세징수법'에 근거해 판결했다. 이 법 제5조에 따르면 납세자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등 정부 관리기관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경우,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옛 '국세징수법 시행령'은 채권양도가 일어날 경우 양도인과 양수인의 납세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납세증명서'의 제출을 조건으로 한 변제공탁이 유효한 것이다.


재판부는 "납세자가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거부하면 정부는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며 "정부는 채권자인 납세자 등의 수령 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대금지금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체 책임도 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사가 상고했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원심 판단의 근거인 법률과 시행령에 대해서도 "과잉금지원칙, 조세법률주의, 위임 입법의 취지, 평등권 등에 위배돼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시행령은 체납자가 제3자에게 국가에 대한 대금채권을 양도하는 형식을 취해 세금을 피하려는 시도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의 소송 청구와 원심 판단이 이 같은 법령의 취지를 반영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가 납세증명서 등의 제출을 조건으로 변제공탁을 해도 유효하고 이 경우 국가가 이행지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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