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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복리에 저해된다면 성년후견 종료 가능” 서울가정법원 결정
2023.02.20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 장애가 현존하고 있더라도 오히려 성년후견을 지속하는 것이 장애인의 복리에 저해된다면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4단독 박원철 판사는 지난 16일 A 씨의 어머니 B 씨가 청구한 성년후견 종료 사건에서 "A 씨에 대한 성년후견을 지속하는 것이 오히려 발달장애인의 복리를 저해해 성년후견을 종료한다"고 결정했다.


20대 지적장애인인 A 씨는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A 씨는 피성년후견인이었는데, 노인복지법상 피성년후견인은 요양보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해 자격증 발급을 거부 당했기 때문이다. A 씨의 어머니이자 성년후견인인 B 씨는 "성년후견이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A 씨에 대한 성년후견 종료를 청구했다.


박 판사는 "A 씨는 23세의 젊은 성인으로 장래 자립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고, 관련 기관에 취업해 근로활동을 하고 있다"며 "현재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부모의 도움 없이 하고 있고, 자립여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부모의 자립의지도 확고하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합격했지만

피성년후견인 이유로 자격증 발급 거부 당해

성년후견 사실이 사회참여 기회 상실 초래


이어 "성년후견이 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상실했다"며 "비록 피성년후견인 A 씨가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는 그 장애가 현존하고 있더라도 가능한 후견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피성년후견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후견이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최소개입의 원칙'에 비춰 볼 때 A 씨에 대한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의 복리를 저해하는 경우로서 민법 제11조의 '성년후견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성년후견의 경우 발달장애인으로 하여금 잔존능력을 활용하고 사회 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접근 기회를 전면 차단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복지의 기본이념과 충돌할 우려가 크다"며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소외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고, 현행 법령상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신상에 관한 자기결정권이나 자격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이 보호자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거나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발달장애인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와 그 유지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단은 의사 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는 그 장애가 현존하고 있더라도 성년후견 종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