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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집값 90% 넘으면 보증보험 가입 차단
2023.02.06

무자본 갭투자 근절,

피해자 지원도 확대


오는 5월부터 전세 보증금이 집값의 90%를 넘는 주택은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차단된다. 빌라를 매수하면서 매매가와 같은 금액에 전세 세입자를 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 정부 관계 부처는 2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전세금 보증보험의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세입자 스스로 사기 위험이 있는 전셋집은 피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 이미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금리 1~2%대 저리 대출을 확대하고, 부득이하게 전셋집을 낙찰받더라도 아파트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무주택 지위를 유지해주기로 했다.


◇집값 90% 넘는 전세, 보증가입 차단


기존에는 보증금이 매매 시세를 넘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전세가율 90% 이하 계약’만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집값이 3억원이라면 전세금은 2억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집을 매매하려면 매수자가 최소 집값의 10%는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사기단이 자기 돈 없이 빌라 수백·수천 채를 사들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최근 전세 사기 수법을 보면, 사기단은 “문제가 생겨도 전세금을 100%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세입자를 안심시켰다. 실제 수도권에서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 소유 주택의 전세가율 평균은 98%였다. 앞으로는 세입자가 전세금 보증이 가능한 ‘매매가 90% 이하’로 전세 계약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법 개정 없이 HUG 내규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5월부터 바로 적용 가능하다.


빌라 시세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악용해 임대인이 감정평가사와 짜고 매매·전세 시세를 부풀리는 것도 앞으로는 어려워진다. 기존에는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판단할 때 감정평가액을 우선적으로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공시가와 실거래가를 먼저 따지고, 공시가·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 한해 감정평가사협회에서 검증한 법인의 감정평가액을 활용한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각하는 경우, 지금까지는 임대인에게 별다른 고지 의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세입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전세 계약 기간 중 임대인이 세입자 몰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바지 집주인’에게 집을 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새 집주인의 과거 보증 사고 이력 때문에 보증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경우, 세입자는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공인중개사협회 표준 계약서에 이런 내용을 특약으로 삽입해 이달 중 시행할 방침이다.


◇전셋집 낙찰받아도 청약 불이익 없어


이날 대책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우선 이들에게 제공되는 금리 1~2%대 특례 대출의 요건을 다음 달부터 낮춘다. 기존에는 피해 주택의 전세 보증금이 2억원 이하인 경우에 한해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제공했다. 앞으로 보증금 요건은 3억원으로, 대출 한도는 2억4000만원으로 늘린다. 기존 피해 주택에 계속 거주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선 기존 전세 대출을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을 오는 5월 내놓는다.


전세 보증금 회수를 위해 피해자가 경매로 집을 낙찰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 유주택자가 되지만 정부는 해당 주택이 공시가격 3억원(지방 1억5000만원), 전용면적 85㎡ 이하인 경우에 한해 피해자를 무주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무주택 기간이 중요한 청약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방, 피해자 구제, 혐의자 처벌까지 폭넓게 담긴 대책”이라며 “시행 과정에서 제도적 허점이 없는지 끊임없는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https://ww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