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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받은 외국인, "무죄" 주장하며 왜 헌법재판소로 갔을까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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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받은 A씨⋯무혐의 주장하며 헌법소원 청구

헌법재판소, "기소유예 취소하라" 인용 결정

왜 A씨는 헌법재판소까지 자신의 사건을 가져갔을까


성매매 혐의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태국인 여성 A씨. 기소유예란 쉽게 말해 "유죄는 맞지만, 이번 한 번은 봐준다"는 것이다. 검찰 단계에서의 '집행유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수사 초기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마사지 업소를 소개해준다는 일자리 알선업자에 속아 강제로 퇴폐업소에서 일했고, 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감금됐다고 호소했다. 한마디로 자신은 범죄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가 향한 곳은 '헌법재판소'였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검찰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의미다.


보통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거나 탄핵 심판 등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인 헌재. A씨의 성매매 혐의와 헌재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A씨가 헌재로 가야만 했던 이유를 알아봤다.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방법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유일


재판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당사자들은 적법한 절차를 걸쳐 다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재판이 열리기도 전, 유죄 취지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엔 그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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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



이때, 가능한 방안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다.  헌법소원은 기본적으로 '위헌심사형'과 '권리구제형'으로 나뉜다. 최근 있었던 '변호사 오탈제(五脫制)'에 관한 헌법소원은 위헌심사형으로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형태다. 


A씨의 경우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제기하는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이다.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헌재에 냈다.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는 "이처럼 현행법상 기소유예에 대한 구제 방법이 없으며,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유일하다"고 했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은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 실질적으로 처벌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진휘 변호사는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의 일종인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직장에서 이를 근거로 징계처분을 받을 수도 있고, 향후 민사소송 등에서 불리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즉, 기소유예로 인한 생길지 모를 불이익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한국에서 일하기 원하는 태국인 A씨의 경우 비자 발급에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신동호 변호사는 "관공서에서 발급받는 전과기록 서류에 기소유예는 나오지 않지만, 경찰청에서 관리하는 '수사자료표'에는 무혐의를 받아도 전부 나온다"며 "A씨는 향후 비자 연장이나 한국에 체류할 권리에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재의 기소유예 취소 결정이 '무죄'를 뜻하는 것은 아니야


다만,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A씨가 곧바로 '죄가 없다'는 판결을 받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 자체로 기존의 기소유예처분이 취소될 뿐, 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검사는 헌재의 결정문을 근거로 해당 사건을 다시 수사해야 하며, 이 재기수사(再起搜査) 결과에 따라 '기소유예'나 '혐의없음' 처분 등을 하는 절차를 다시 거치게 된다"고 했다.


신동호 변호사도 "검찰의 추가 처분이 이어진다"고 했다. 즉, 검찰이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혐의없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다시 기소유예가 나올 수 있다.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0년 10월 12일 19시 19분 작성
2020년 10월 12일 19시 49분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