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행위(인·허가 없이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금지한 '유사수신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에 사법상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A 사의 회생절차 관리인 B 씨가 C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23다310471)에서 B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실채권 매입 및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A 사는 2018년 6월 C 씨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에 따라 C 씨로부터 투자금 3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A 사는 계약에 따라 투자원금 및 배당금으로 총 3580만2000원을 C 씨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A 사는 3000억 원 규모의 불법 유사수신행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몰수보전 조치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며 2021년 8월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회생관리인으로 선임된 B 씨는 "A 사와 C 씨가 맺은 투자 계약은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해 법적으로 무효"라며 C 씨에게 투자원금 및 법정이자율인 연 5% 이율을 초과하는 금액을 더한 3150만 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소송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를 위반해 체결된 약정이 법적 효력을 지니는지가 쟁점이었다.
1심은 해당 법 조항이 효력규정(위반할 경우 법률적으로 무효가 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도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투자약정을 무효라고 해석하면 유사수신행위를 했던 사람이 수익금 지급의무를 면하거나 반환을 청구해 도리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는 효력규정 또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단속규정에 불과하므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상 효력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경우 계약의 상대방은 유사수신행위자에게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위법성 인지와 상관없이 유사수신행위자에게 돈을 받은 경우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이는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기 위한 유사수신행위법의 입법 취지에 실질적으로 반할 수 있고 계약의 유효성을 신뢰한 상대방의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자금 조달과 원금 보장 등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내용 자체보다는 그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관계 법령에 따른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는 계약 외부적 사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계약 자체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와 그 계약을 매개로 한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는 다소 다른 차원의 문제이며 유사수신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이유로 유사수신행위로 체결된 계약의 효력이 당연히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행위는 사기 범행과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기 범행 역시 형사처벌 대상으로서 유사수신행위법 위반행위보다 법정형(징역형 부분)이 더 높은데도 사기 범행으로 체결된 계약은 무효가 아닌 취소 대상일 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유사수신행위법 제3조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해 대법원이 낸 첫 판결이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므로 법령 해석의 통일을 위해 이 쟁점에 관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출처 : 법률신문(https://www.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