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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장 없이 조정 이의신청했더라도…대법 "효력 인정"
2023.08.07

[파이낸셜뉴스] 대리권이 없는 변호사가 조정회부에 대한 이의신청을 먼저 한 뒤 위임장을 제출해도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소송종료선언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미혼 여성인 A씨는 B씨가 대표인 회사에 입사한 뒤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혼했다며 구애했던 B씨의 말이 거짓말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B씨 배우자를 찾아 두 사람의 관계를 폭로했다. 그런 A씨 행동에 격분한 B씨는 "넌 내가 죽여버릴거야"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 협박 혐의로 법원에서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B씨는 A씨 사무실로 찾아가 '가정 파탄범'이라고 모욕을 퍼붓자, A씨는 협박·모욕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 B씨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그러나 B씨는 항소했고 문제는 이 때 발생했다. 2심 재판부는 강조조정 절차에 들어갔는데, 강제조정은 민사 소송에서 판결하지 않고 법원이 양측 분쟁을 조정하는 절차다. 법원이 양측 화해 조건을 정하지만, 한 쪽이라도 불복하면 정식 재판으로 넘거간다.


B씨가 결정 정본을 받은 후 변호사를 교체했는데, 이후 새롭게 선임된 변호사는 이의신청 기한 만료 전에 이의신청서를 냈지만 B씨가 법원에 새 변호사 위임한다는 소송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소송위임장은 몇 달이 지나서야 법원에 제출됐다. 반면 A씨는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심은 당사자들이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되는 소송 종료를 선언했다.


B씨 측은 '소송위임장이 늦게 제출했지만 이의신청서는 기한 내 냈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이의신청서는 허가 받은 대리인이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적법한 이의신청으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리권의 흠결이 있는(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는) 자가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한 뒤 위임장을 제출했더라도 소급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대리인에게 적법한 이의신청 대리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의신청에 대한 각하결정이 확정되기 전 B씨 소송대리인 선임행위 및 그 소송대리인의 행위에 의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추인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사건 이의신청은 행위 시에 소급해 효력을 갖게 됐고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소송이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