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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최대 뇌관’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정부, ‘뱅크런’ 진화 안간힘
2023.07.10

남양주지점 이른 아침부터 인산인해

지점 열리자 “내가 먼저…” 실랑이도

행안부, 원금보장 등 각종 대책 내놔


새마을금고 법인 연체율 10% 육박

상호금융·제2저축銀 연체율도 급증

정부 대응에도 불안감 당분간 지속


정부가 6일 ‘예금을 보장하겠다’며 새마을금고의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진화에 나선 것은 불안감이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이처럼 서둘러 움직인 배경에는 올해 한국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그 주범으로 부동산 PF 부실이 꼽히면서 자칫 파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 열리자마자 ‘오픈런’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경기 남양주의 새마을금고 앞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자신의 예·적금을 해지하려는 시민들로 은행 안은 물론 밖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파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맡겨둔 돈을 찾기 위해 몰려들어 긴 대기 줄을 형성한 것이다.


금고문이 열리자마자 번호표를 받으려는 ‘오픈런’도 빚어졌고, 일부에서는 서로 “내가 먼저입니다”라는 고성까지 오갔다. 30대 직장인은 “불안해서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고, 마냥 지켜볼 수는 없어 급하게 연차를 내고 달려왔다”고 상황을 알렸다. 창구 대기고객은 순식간에 수십 명으로 불어나 얼마나 기다려야 직원과 상담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다.


대기 인원 수를 가리키는 전광판에 한때 80명이 적히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그나마 늙어서 굶지 않으려고 한 푼 두 푼 안 쓰며 평생 모은 돈이 여기에 있다. 내 돈을 받을 순 있는 거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이들은 멀찌감치서 직원들에 손가락질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금고 관계자들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죄송하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괜찮다”면서 고객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새마을금고의 안전성과 정부의 적극 대응을 강조한 행정안전부의 브리핑은 오전 8시20분에 시작됐다. 정부가 금융기관이 창구 문을 여는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셈이다. 브리핑을 진행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후 서울 종로구 교남동의 한 새마을금고 영업점을 찾아 예금가입을 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전체 새마을금고의 부실이나 다른 금융권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오전 브리핑에서 “새마을금고의 연체나 부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위기 가능성은 ‘제로(0)’”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불안… 신평사 신용등급 강등


업계에서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우려가 다른 상호금융권까지 번질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수신(예금) 부분 등을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은 큰 변동이 없는 통상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과 업계 모두 ‘괜찮다’고 하지만, 연체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특히 부동산 PF를 둘러싼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행정안전부가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법인 대출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9.99%를 기록해 10%대에 육박했다. 5년 새 4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07%로 전년 말 대비 1.66%포인트, 상호금융권의 경우는 2.42%로 0.9%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특히 이 가운데 부동산 PF가 포함된 기업대출의 경우 저축은행은 3개월 동안 2.24%포인트, 상호금융은 1.46%포인트가 올랐다.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 PF 불안을 고리로 제2금융권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추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30일 오케이캐피탈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낮춰잡았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지난달 오에스비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가동 중인 PF 대주단 협약을 통해 부동산금융 연착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리지론은 고금리가 지속 중인 상황에서 사업성을 회복하기 쉽지 않고, 만기연장을 무한정 해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 어떻게… “새마을금고 감독권, 금융당국에 넘겨야”


새마을금고의 이번 ‘위기설’을 계기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새마을금고의 현행 관리·감독체계를 일원화하는 일이다. 농협·수협·신협 등 여타 상호금융사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반면, 별도 법(새마을금고법)의 적용을 받는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관리·감독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횡령 등 비리나 각종 금융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제학부)는 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도 “아무래도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소관 부처라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관리·감독이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이번 기회에 새마을금고도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하고 건전성 규제를 받게하면 조금 더 효과적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했다.


현행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와 새마을금고중앙회(중앙회)를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한다. 신용공제사업의 경우 행안부와 금융위원회가 협의해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목상 금융부문에선 관리·감독권이 이원화돼있지만, 행안부가 별도로 요청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 입장에선 새마을금고의 금융사업 등을 들여다볼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관리·감독권을 행사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도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체계가 (관련 법상) 이원화돼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라며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이 이미 많이 악화한 상태이고, 추가적인 리스크(위험)도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금융분야 전문성이 있는 금융당국이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을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행안부는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당국에 넘기는 일에 선을 긋고 있다. 김광휘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은 최근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연 정책설명회에서 ‘새마을금고 관리·감독체계 일원화를 검토하고 있진 않느냐’는 질문에 “금융당국과 정책협의를 잘 하고 있고, 저희 전문성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앙회와 함께 개별 금고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철저히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관리·감독권 조정에 앞서 새마을금고에 적용되는 규제가 다른 상호금융사들 수준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예를 들어 수협·신협은 자산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새마을금고와 농협·축협은 500억원 이상이 외부 감사 의무 대상이다. 상임감사 선임 의무 역시 1조원 이상일 경우 의무화돼있는 여타 상호금융사들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자율 결정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새마을금고에도 상임감사 선임을 의무화를 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는 논의 단계다.


출처 : 세계일보(https://ww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