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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낮은데' 투자금 5배 상환 약속…대법 "성취 간주 안돼"
2023.03.29

조건 성취 의제…방해시 조건 성취 간주 조항

대법 "방해행위 없어도 실행 안됐을 것" 기각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방해 없이도 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낮은 경우 조건성취 의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의칙에 반해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는 조건이 성립됐다고 간주할 수 있다는 규정도 조건 성취가 원래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B사는 2006년 설립 이후 전자제품 입력장치에 관한 특허를 활용한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B사는 2007년 1월 A씨에게 투자를 받으면서 '지적재산권을 통한 매출 발생시 수익금 중 10%를 A씨의 투자금 원금을 포함한 5배의 금액이 될 때까지 상환한다'고 약정했다.


하지만 B사의 대표는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유통대리점주를 속여 제품 선급금 등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유죄를 확정 받았다. A씨는 약정금(투자금의 5배)를 돌려달라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투자협정에서 정한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기 때문에 B사가 약정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B사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금의 5배를 돌려준다는 약정의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A씨 측은 1심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방해행위로 인한 조건의 성취 의제 주장을 추가했다. 민법 제150조 1항은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2심은 투자금 1000만원의 5배인 약정금을 B사가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B사가 약정의 조건을 이룰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신의칙에 반해 조건 성취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조건 성취 의제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경우는 방해행위가 없었다면 조건이 성취될 것으로 보이지만 방해행위로 인해 조건이 성취되지 못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방해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는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건 성취 의제 주장을 인정하는 심리의 기준을 대법원이 제시했다.


대법원은 B사가 매출을 발생할 의사가 없이 A씨에게서 투자금을 지급받은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방해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지만, B사가 매출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았기 때문에 방해행위만으로 조건성취 의제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이 조건성취 의제를 인정하기 위해 방해행위 유무 뿐만 아니라 방해행위가 없었을 경우 조건이 성취될 가능성 현저히 낮은지 여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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