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디어

033
[법률칼럼] ‘관계하기로 한 건 맞지만 강간죄?’ 이상한 고소사건, 무고죄까지 갈뻔
2016.04.20

15년,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주로 지인을 통한 미팅이나 소개팅을 이용해 ‘안정적인’ 만남을 꾀했으며 즉흥적이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만남이라고 해봐야 인터넷채팅을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세태가 급속도로 변하고 스마트폰이 발달함에 따라 ‘채팅 어플’을 통해 만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상당 비율은 오로지 ‘육체적인 관계’를 위한 일회성 만남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최근 채팅으로 만난 남녀가 성관계를 가진 후 여성이 강간죄로 상대 남성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남성이 채팅 어플을 이용해서 한 여성을 만났다. 그리고 둘은 잠시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후 근처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가졌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성인간의 성관계였지만 여성이 후에 남성을 강간죄로 고소했다. 성관계를 갖기로 한 것까지는 합의에 의해 이뤄졌지만 성관계 도중 남성이 당초 합의와는 달리 피임기구를 임의로 제거했기 때문에 강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무혐의에 그쳤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고 그 관계 도중의 방식이 합의한 것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강간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법리적인 변론을 통해 피의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강간이란 폭행이나 협박이 수단이 돼 의사에 반한 성관계라는 결과가 달성돼야 성립한다. 또한 강간에서의 폭행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가 돼야 하며, 그 보다 정도가 약한 폭행이 사용된다면 강간의 고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강간의 실행의 착수조차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사용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모텔 방에 들어가서 성관계를 갖는 도중에 방식에 있어서 다소의 완력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합의하에 모텔 방에 들어간 이상 폭행이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정도에 미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강간의 실행의 착수라고 할 정도의 폭행이 개시 조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의 실행의 착수는 인정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강간의 폭행도 없었고 그 결과인 의사에 반한 성관계도 없었다고 인정 돼 남성은 강간죄로 처벌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고소는 무고죄에 성립될 수 있으므로 지양돼야 한다. 무고죄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범죄구성요건이다. 그러므로 여성이 성인들끼리의 대화로 해결할 사안을 강간으로 고소한다면 무고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랜 기간의 정이 사랑으로 발전하던 관계가 옛 일처럼 느껴지는 요즘 성인간의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무분별하게 법에 의지하면 무고죄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지만 강간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주위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그 여파가 평생 지속될 수 있으므로 초기부터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성 - 법무법인혜안 최원기 변호사


<저작권자 © G밸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