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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채권자, 자녀 몫 유산 대신 받은 부모에 압류 가능"
2022.12.12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채권자가 자녀의 돈을 대신 받은 부모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자녀가 자신의 재산을 대신 받은 친권자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반환청구권'이 압류 가능한 권리라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보험사가 B씨를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B씨는 C씨와 결혼해 두 자녀를 얻은 후 이혼했다. C씨는 2011년 6월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생전에 A보험사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C씨가 이혼 후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보험금은 자녀들 몫이었다. B씨는 미성년이던 자녀들을 대신해 A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약 1억7000만원을 수령했다.

A보험사는 C씨가 추락해 사망한 것이 극단적인 선택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보험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C씨가 가입한 보험상품 계약서에는 극단적인 선택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법원은 A사의 청구를 받아들여 B씨의 자녀들이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A보험사는 이 판결을 근거로 B씨를 상대로 이번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 자녀들이 B씨에게 청구할 수 있는 재산 반환청구권을 압류하겠다는 취지다.

1심과 2심은 A보험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우선 자녀의 친권자에 대한 특유재산 반환청구권은 행사상 일신전속권을 가지기 때문에 압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녀들은 성인이 되면 친권자인 B씨를 상대로 자신들이 받아야 했을 C씨의 특유재산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C씨의 보험금은 독자적으로 형성한 재산(특유재산)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B씨는 이를 양육비 명목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2심은 특유재산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B씨 자녀들 뿐이라고 판단했다. 법률용어로 일신전속권에 해당한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2심 판단이 유지되면 A보험사는 B씨 자녀들이 갖는 반환청구권에 기반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된다.

2심은 만약 특유재산 반환청구권이 일신전속권이 아니라고 가정해도 결과는 같다고 판시했다. 우선 자녀 중 한명은 성인이 된 후 보험금 반환 의무를 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자녀가 반환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B씨가 그 자녀를 위해 적법하게 양육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A보험사가 B씨를 상대로 압류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B씨 자녀가 성인이 되면서 갖는 반환청구권은 B씨 자녀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고 판단을 바꾼 것이다. 따라서 A보험사가 반환청구권을 통해 압류하는 것이 법률상 가능하게 된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이 가정적으로 판시한 부분을 기반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결론을 유지했다. 보험금 반환 의무를 이미 면제했거나, 양육비로 사용돼 B씨를 상대로 반환을 구할 권리가 남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이 친권자가 자녀의 돈을 자녀 대신 수령한 경우 친권 종료 시 그 돈 중 정당하게 지출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녀에게 반환해야 하며, 자녀의 그와 같은 반환청구권이 재산적 권리로서 압류될 수 있는 권리라고 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