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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사실혼 배우자… 법원 "공무원연금 승계 유족에 해당"
2021.06.09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공무원연금법상 유족 연금 대상에 해당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 배우자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드문 사례다. 공무원이 부양하던 유족의 생활보장 등을 목적으로 한 유족연금 제도의 취지를 폭넓게 해석한 판결로 평가된다.


50년 사실혼 끝에 혼인신고… 연금승계 신청은 불허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에 의해 부양되던 유족의 생활보장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유족연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A씨가 고인의 배우자로서 퇴직연금을 승계할 유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방농림기사(계장)를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퇴직연금을 받던 B씨와 2006년 3월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B씨가 지난해 사망하자 공무원연금공단에 퇴직유족연금승계를 신청했으나, '공무원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지 않아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됐다. 이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B씨의 법률상 혼인관계가 해소됐었느냐였다. B씨는 1952년 지방서기로 공무원을 시작해 3년 뒤인 1955년 C씨와 결혼했었다. C씨와 사이에 자녀도 둘이나 있었다. B씨는 1986년 퇴직했고, 당시도 법률상 C씨와 혼인 상태였다. C씨가 비록 2006년 2월 사망하긴 했으나, 슬하 자녀는 생존해 있었다.


法 "법률혼 해소… 연금 제도 취지 고려해야"


재판부는 심리 끝에 B씨의 법률상 혼인관계가 사실상 해소됐다고 판단,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법률상 배우자인 C씨와 그 자녀들을 부양하는 등 가정을 이뤄 그 관계를 지속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봤다.


반면 A씨는 B씨와 1970년경부터 동거를 하면서 자녀 2명을 출산해 가정을 꾸려온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명절 차례와 기제사 등 제례 준비를 했고, 1986년 A씨의 정년퇴임식 때도 배우자로서 참석했다고 한다. B씨의 직장동료가 법정에서 '1984년 2월 B씨 집에서 2주간 머물렀는데, 당시 A씨와 그 사이에 출산한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증언한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A씨는 1970년경부터 B씨와 동거하면서 자식을 낳아 기르고, 서로 부양하면서 함께 가정을 이뤄 생활했다"며 "B씨가 퇴직할 때까지 C씨와 법률혼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퇴직연금을 승계할 유족에 해당하지 않느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