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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배당이의 안 했어도 부당이득반환 청구 가능”
2019.09.20

배당이의소송 제도의 한계 보완·진정한 권리자 보호 필요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이의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됐더라도 그 배당절차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졌다.

 

甲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실행돼 경매절차가 진행됐고 원고 A와 피고 B는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또는 그러한 채권의 양수인으로서 각 배당요구 및 권리신고를 했다.

 

배당기일에 1순위부터 5순위까지는 채권을 전부 배당받았으나 일반채권자인 A와 B 등은 6순위로 채권액 중 일부만 배당받는 내용의 배당표가 작성됐다. A와 B는 모두 배당기일에 출석했으나 B만 이 사건 배당금에 이의해 근저당권부 채권을 양수해 2순위로 배당을 받은 C은행을 대상으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B가 제기한 배당이의소송에서 甲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한 것으로 드러나 C은행에 배당됐던 배당금을 모두 B에게 배당하도록 배당표를 경정하는 내용의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됐고, 그에 따라 B는 배당금 전액을 수령했다.

 

그 후 A는 B를 상대로 자신과 같은 순위의 채권자인 B의 채권액에 비례한 금액만큼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잘못된 배당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실체법 질서에 부합한다”며 종래 대법원 견해를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대법원 2019. 7. 18. 선고 2014다20698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경매목적물의 매각대금이 잘못 배당돼 배당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가 배당을 받지 못한 경우 그의 몫을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에게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다면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확정된 배당표에 따라 배당이 실시됐다는 사정만으로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가 그 이득을 보유하라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배당 실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이의하지 않은 경우 이는 ‘배당표에 따른 배당 실시’라는 절차의 진행에 동의한 것에 불과하고 다른 채권자의 실체적 권리를 승인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의한 채권자가 제154조 제3항의 기간(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것을 증명하는 서류 등의 제출 기간)을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도 배당표에 따른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해 소로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민사집행법 제155조에 관해 “채권자가 배당이의 등 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등과 상관없이 자신의 실체법상 권리까지 잃게 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규정”이라고 해석했다.

 

민사집행법이 배당이의를 하지 않거나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채권자의 권리를 상실시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 확정된 배당표에 기판력이나 배당참가자들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배당절차 종료 후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배당이의소송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가액반환으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배당절차의 전반적인 제도 보완 없이 절차의 안정만을 강조해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엄격히 제한하면 진정한 권리자가 부당하게 희생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조희대, 이기택, 안철상 대법관은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실체법적 측면만이 아니라 집행제도와 배당절차의 절차법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은 ‘금반언의 원칙’을 언급하며 “배당이의 하지 않은 채권자가 배당절차 종료 후 아무런 제한 없이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집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배당표를 민집법이 예정하지 않은 수단에 의해 뒤집는 것이 돼 입법취지에 반하고 배당표에 의한 배당결과를 불안정하게 하며 배당절차에서 이뤄진 여러 행위들을 헛수고에 그치게 한다”고 다수의견에 반박했다.

 

민사집행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배당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대의견은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들 사이의 배당관계는 채권자의 자주적인 태도 결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으므로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는 더 이상 그 실체적 권리를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채권자의 자주적인 태도 결정의 결과로 배당금이 다른 채권자에게 귀속된 것이라면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민집법 제155조에 대한 해석도 다수의견과 입장을 달리했다. 반대의견은 “문언대로 이의한 채권자에 대해서만 위 조항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제한하더라도 그 채권자는 그 배당절차로 형성된 권리관계에 대해서만 자신의 실체법상 권리실현이 제한될 뿐 그 권리에 기초해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있으므로 진정한 권리자가 부당하게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다수의견도 현실적 필요성이나 제도상, 실무상 한계 등을 이유로 종래 견해를 유지하긴 했지만 반대의견이 주장하는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 집행제도의 안정적·효율적 운영이라는 취지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개정입법 등을 포함한 배당절차의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선행되지 않은 채 절차의 안정만을 강조해 채권자의 실체법상 권리인 부당이득반환 청구권 행사 자체를 제한할 수 없고,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소송과정에서 충실히 심리·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제도 운영이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