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디어

법률판례뉴스

114
대법원 전합 “사후적 경합범, 형기의 1/2 미만 감경 안 돼”
2019.07.10

형법 제55조 제1항 적용…기존 대법원 판례 유지 
“다수의견, 책임주의反…독자적 감경사유” 의견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한 형 감경을 할 때도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므로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형기의 1/2 미만으로 감경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유지됐다. 

형법 제37조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수 개의 죄’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를 동시적 경합범, 후자의 경우를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부르는데 이번 사건은 사후적 경합범의 처벌에 관한 것이다. 

형법 제39조 제1항은 사후적 경합범이 동시적 경합범에 비해 불리하게 처벌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형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해 사후적 경합범의 형을 감경할 때 법률상의 감경 방법을 정하고 있는 제55조의 규정이 적용되지는 여부다. 

A는 2015년경 33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했다는 범죄사실로 징역 4년을 선고(전과 범죄)받았다. 이후 2015년 10월 초순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고 11월 8일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범죄로 공소가 제기(법정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됐다.

 

1심은 A의 범죄가 전과 범죄와 사후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인정하고,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1/2로 한다)를 적용해 법률상 감경을 한 후 경합범 가중과 작량감경 등을 적용해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징역 1년 3개월부터 11년 3개월까지) 내에서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원심은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사후적 경합범에 관한 형을 감경할 때는 감경 한도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되므로 법률상의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원심이 이처럼 판단한 것은 만약 A가 선고 범죄와 이 사건 범죄를 동시에 판결을 받은 경우 형의 하한은 2년 6개월인데, 사후적 경합범으로서 제55조의 법률상 감경을 적용해 처벌받는다면 전과 범죄로 징역 4년의 처벌을 받고 이후에 판결을 받게 된 범죄에 대해 원심이 형의 면제를 선택하지 않는 한 최소 1년 3개월 이상으로 처벌받게 되는 결과 합계 5년 3개월 이상으로 처벌받는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을 감경할 때에도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돼 형기의 1/2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 기존의 견해를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다수의견은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서 엄격히 정해야 하고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 제5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가중·감경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성질의 감경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법 제55조 제1항의 감경 한도 이하로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려는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입법자도 사후적 경합범 감경을 일반 법률상 감경의 하나로 봤다는 근거로 언급됐다. 

아울러 “사후적 경합범에 관해 형의 감경만으로는 형평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면 족하고, 사후적 경합범에 대한 형의 감경에 있어 형기에 하한을 두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할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반해 김재형, 안철상, 김선수, 이기택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침해하고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김재형, 안철상, 김선수 대법관의 경우 “형법 제39조의 독자적인 규정형식과 내용,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이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은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별도의 형평수단인 감경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대법관은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할 경우 판결이 확정된 죄에 관한 처단형 하한과 후단 경합범에 따른 처단형 하한의 합계가 새로운 하한이 돼 피고인에게 뜻하지 않는 불이익이 나타나고 피고인의 책임에 가장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등 매우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견처럼 사후적 경합범을 해석하는 경우에는 죄형 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할 것”이라며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헌적 상황을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법해석 방법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기택 대법관은 “감경과 면제가 함께 규정된 경우에 감경 또는 면제는 분절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체로서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다수의견과 같이 감경 또는 면제를 분절적 의미로 이해하게 되면 면제에 의한 처단형의 하한인 ‘0’부터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감경된 하한 사이에 처단형의 공백이 생기는 결과 책임에 적합한 형의 범위를 제대로 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사후적 경합범의 감면은 장기나 다액의 1/2과 면제 사이의 범위에서 법관이 형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일반법인 형법 제55조 제1항에 의해 사후적 경합범의 하한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그 동안 하급심에서 논란이 됐던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된 사후적 경합범에 대해 형기의 1/2 범위 내에서만 감경할 수 있다고 판단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의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