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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찾아가 고함지른 어머니 '유죄'…"정서적 아동학대" [신동호변호사]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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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김남하 기자]자신의 중학생 딸을 괴롭힌 가해자를 찾아가 소리친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는 비록 피고인이 자녀의 추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한 행동이라고 해도, '침해의 현재성'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아동의 정신 건강을 강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재판부의 의지가 담긴 판결로, 아동의 정신 건강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는 '가능성' 만 있어도 정서적 학대행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판례라고 강조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3단독은 21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씨에게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앞서 2021년 9월 중학생 딸 B양이 같은 반 학생 C양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알고 C양이 다니는 학원에 찾아가 "내 딸과 친하게 지내지 말고 말도 걸지 말라"며 "그동안은 동네 친구라서 말로 넘어갔는데 이제는 참지 않을 거다"라고 소리를 쳤다. 또 C양의 학원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재차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라. 내 딸한테 말도 걸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후 C양의 부모로부터 고소당한 A씨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는 딸과 만나지 말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법원은 "A씨의 행동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며 "딸에 대한 추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점은 인정되나 그 사정만으로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A의 장 변호사는 "형법상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도록 한다"며 "다만 정당방위는 침해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침해의 현재성'을 중시하고 있어 위 사건에서는 인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혜안 신동호 변호사는 "만약 피고인이 똑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단둘이 개인적으로 했다면 행위의 목적과 동기가 정당하다고 인정돼 판결이 달라졌을 수 있다"며 "아동학대 관련 사건을 판단할 때 '행위에 정당성이 있느냐', '수단이 적합했느냐' 두 가지를 따져 위법성을 판단한다. 이 사례의 경우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을 배제하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 교수도 피고인의 행동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재판부의 판단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엄밀히 따지자면 피고인은 정당방위가 아닌 정당행위를 주장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의 행동은 그 정도가 심해 '위법성 조각사유'에 따른 정당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법원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법조계는 A씨의 행동에서 물리적 가해가 없었다고 해도, 아동의 정서 발달에 해를 끼칠 가능성만 있다면 정서적 학대행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장 변호사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가혹행위를 하는 것 등을 말한다"며 "이번 사건은 가능성 만으로 학대를 인정한 것으로, 법원이 아동의 정신 건강을 매우 강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입장인 것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서적 학대행위는 신체적 학대행위와 그 의미와 본질성이 다르다. 피고인의 행동에 물리적 접촉이 없었어도, 다소 과하게 아동의 정신건강을 침해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 판결에 대해 "정서적 학대행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준 판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고인에게 벌금형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은, 위법성은 인정된다고 해도 판사의 입장에서 이해할 만한 소지가 보였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을 보면, 재판부에서 아동의 정신 건강을 강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