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디어

275
부부싸움만 하면 "죽어버리겠다"며 베란다에 서는 극단적 남편⋯협박죄 아닐까 (신동호변호사)
2021.04.29

부부싸움만 하면 "죽어버리겠다"며 베란다에 서는 극단적 남편⋯협박죄 아닐까


로톡뉴스 박선우 기자

sw.park@lawtalknews.co.kr

2021년 4월 27일 10시 30분 작성


남편의 '위험한 시위'⋯극단적 선택할 것처럼 베란다에 매달려
"죽겠다"는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협박 vs. 자신의 극단적 선택 빌미로 한 발언, 협박 아냐


"죽어버릴 거야."


남편은 이번에도 베란다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부부싸움만 하면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다. 발을 헛디디면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 깜짝 놀란 아내가 남편을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내가 사과할 때까지' 남편의 위험한 시위는 계속됐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내의 사연. 아내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위태로운 행동을 하는 남편 때문에 두렵다고 토로했다. 나날이 심해지는 남편의 행동에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고민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뛰어내린다"는 남편의 요구는 법적으로 협박이 되지는 않을까.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더니 의견이 갈렸다.


공포심 줘서 괴롭힐 목적이었다면⋯'협박죄' 될 수 있어


협박죄는 타인에게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전달해 공포심을 느끼게 했을 때 성립한다. 이에 비춰보면 "죽겠다"는 남편의 말은 아내에게 협박처럼 들릴 수 있다.


협박죄는 말하는 사람이 해악을 끼치는 일을 실현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듣는 사람(아내)이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면 성립한다. 아내는 남편이 뛰어내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남편의 요구대로 사과도 했다. 남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아내에게 "죽겠다"는 해악을 고지한 것만으로도 협박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다.


7f5b8016225925ad10366913c851af89_1619665951_0857.jpg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


극단적 선택은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어 협박죄 아냐


법무법인 혜안의 신동호 변호사는 협박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협박죄의 해악은 실제 발생했을 때 범죄로 인정될 수 있는 행동이어야 하기 때문. 신 변호사는 "본인 스스로를 해하는 극단적 선택은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협박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남편의 말은 아내에게 공포심을 유발한다"면서도 "극단적인 선택은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사과하지 않으면 죽겠다'는 발언은 협박죄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사연 속 아내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상대방이 실제 사망에 이른다면 법적 책임이 생길까. 이에 대해 송진성 변호사는 "부부는 서로 법률상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뛰어내리겠다는 사람에게 '네가 정말 뛰어내릴 수 있겠어?'라는 등의 심한 말을 하여 남편이 뛰어내렸다면 자살방조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을 경우에는 책임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부추기거나 권유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