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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절차에서 가사조사의 중요성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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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조사는 법원이 변론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일일이 청취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면접조사기일을 지정하여 당사자 모두를 법원으로 불러 법원실무관(가사조사관)이 당사자들의 주장을 직접 듣고 정리하는 절차이다. 가사조사는 이혼소송에서 무조건 진행되는 절차는 아니며, 혼인파탄 여부가 불분명하다거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거나, 친권 및 양육권 판단에 관해 직접 양육환경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 때 실시된다.


가사조사에서는 당사자의 인적사항, 나이, 학력, 가족관계, 수입, 재산상황,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관한 의견, 혼인생활 전반에 걸친 분쟁의 양상 등 전반적인 내용에 걸쳐 조사가 이루어진다. 만일 친권이나 양육권에 대한 다툼이 있다면 가사조사관이 양육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원고와 피고의 거주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재판상 이혼 과정에서 소송대리인들이 당사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적당히 숨기거나 왜곡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누구 말이 맞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유불리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고 갑자기 이루어진 질문에 부지불식간에 불리한 내용을 언급할 수 있다. 가정법원 가사조사는 바로 이런 점을 캐치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송대리인들은 가사조사에 대해 굉장히 형식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가사조사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며 진술에서 어떤 점의 유의하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임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사조사 과정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사정을 언급함으로써 상대방이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사례도 흔한 편이다. 


법무법인혜안 이혼전문변호사에 따르면 “외도를 저지른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1심에서 피고가 패소한 사건이 있었는데, 1심 기록 검토결과 패인은 피고가 가사조사에서 ‘내가 왜 이혼을 당해야 하느냐? 원고를 패소시키고 내가 이혼청구할 거다’는 발언을 한 것에 있었다고 판단하였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이혼을 거부하는 배우자가 보복적 감정이나 오기에 의한 것이라면 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대법원 94므741). 위 사건에서도 피고가 이혼을 거부하면서도 스스로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가사조사에서 명확히 밝혔기 때문에, 법원도 오기에 의한 이혼거부로 판단하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가사조사는 당사자에게 기회이면서도 오히려 패소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은 절차이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가사조사를 실시할 것을 적극 주장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가 더 유리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경험이 있는 이혼전문 변호사를 통해 대비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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