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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성추행범으로 혐의를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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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뉴스) 김민재 기자 = 명품 법정영화 중에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라는 일본영화가 있다. 주인공 '카네코 텟페이'는 지하철 전동차에서 여학생의 엉덩이를 만진 성추행범으로 몰려 구속수사와 재판을 받고 '징역 3월 집행유예 3년'의 억울한 처벌을 받는다. 영화는 피고인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는 외면하는 유죄추정의 타성에 젖어있는 관료주의적인 경찰과 검찰, 법원의 모습을 잘 묘사한다. 영화를 보면서 지하철성추행범 사건을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면 주인공이 정당하게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하철성추행범으로 몰렸던 30대 남성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OO지법 형사OO부는 지하철에서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심과 같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추행) 피해자인 B씨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고, 주변 정황이나 A씨의 당시 위치 등을 고려해 A씨가 범인이라 추측하고 범인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며 'B씨는 1심 법정에서 사건 당시 피고인과 인상착의가 유사한 사람을 보고 그가 범인이라고 진술했던 등 점에 비춰볼 때 B씨의 기억은 다소 부정확하고 암시에 흔들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다수의 남성이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CCTV를 통해 확인됐고, 당시 A씨는 자신의 아내와 문자 메시지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며 'B씨는 A씨가 범인이라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는 B씨가 직접 목격한 부분, 느낌으로 느낀 부분, 범인 지목 경위를 구체적으로 구분해 조사한 것이 아닌 단지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괄적으로 피해 진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전국에서 성추행이 많이 발생하는 곳은 대중교통, 특히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하철에서 많이 나타난다. 지하철 특성상 혼잡한 객실, 서로 몸이 밀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발생되며 해가 갈수록 지하철성추행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하철성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 11조에 규정된 공중밀집장소추행죄를 적용받게 되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에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한 공중밀집장소추행으로 벌금형 이상의 유죄판결이 나게 되면 신상정보등록 대상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1년에 1회 경찰서를 방문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른다. 더불어 특정 직종의 경우 10년간 취업이 제한될 수 있어 사회생활에서 취업, 승진에 제한이 생기는 등 큰 피해를 겪을 수 있다.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최대 30년간 신상정보를 등록토록 한 현행법은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도 이색풍경을 낳았다. 가벼운 성추행을 저지른 초범이나 1회성 몰카 촬영범에 대해서까지 무조건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문제의식이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에서도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경미한 사안의 경우 피의자나 피고인이 신상정보등록을 면할 수 있도록 아예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거나 선고유예 판결을 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그리고 비교적 경미한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은 당초 약식기소나 약식명령을 받을 것으로 예상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가 정식으로 기소가 된 뒤에야 신상정보등록을 피하기 위해 부랴부랴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한다.


일부 변호사나 법무법인은 이런 점을 겨냥해 '성범죄로 고민이십니까. 선고유예 받아드립니다'라는 웃지 못 할 문구를 홍보·영업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법무법인 혜안 성범죄상담센터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무죄를 받아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선고유예를 받아주겠다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신상정보등록을 피하기 위한 의뢰인들의 심정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지하철 등지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틈을 타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안이 그리 무겁지 않다고 보고 범행 횟수를 따지지 않고 1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하는 것이 검찰의 처리 관행이었지만 요즘은 절대 돌이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약이 뒤따르게 되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혐의를 해소를 위해 힘써야할 할 것이다.